(이미지=경기도청 홈페이지)



[필자주]내년 총선은 2022년 치러질 대선 후보들 각축장이기도 합니다. 지역구에 출마한 주요 정당 후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지원을 요청합니다. 얼굴이 알려지고 인기 있는 대선 후보들이 도와주면 당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도 지역구 주민으로 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총선 11개월을 앞두고 차기 대선 주자 얘기를 연재합니다. 순서는 두서없습니다. 준비되는 정치인부터 다룹니다.



■ 정치신인이자 준비된 선동가 혹은 포퓰리스트?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없는 것’.

2005년 8월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특집기사 제목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정당은 2040년 사라질 것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기 없는 분야가 정당, 정치, 국회의원 따위입니다. 영국문화원이 낸 <2020 보고서>, OECD가 발행한 <미래예측보고서>도 2040년께 정당소멸을 예측했습니다.

정당 소멸은 곧 정치 소멸입니다. 국회는 신뢰도 조사에서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정당은 오래전부터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기관이 됐습니다. 지난 2016년 4월 총선에서 갓 창당한 국민의당이 약진한 것은 기존 정당 또는 정치에 대한 불신 표출입니다(정치가 소멸하는 징후이기도 하죠. 이런 정당 소멸론은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정당을 요구하는 것으로 직접민주주의의 강화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같은 게 그런 단초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정치혐오는 한 흐름을 이뤘으며 큰 격차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도 여의도 정치권을 극도로 싫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치 혐오가 만연한 가운데 이들은 탈정치 이미지를 극대화했고 무난하게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치인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다소 어눌한 말투, 진솔한 표정, 대중 친화적 이미지는 문 대통령을 정치와 멀어 보이게 합니다. 정치 9단들이 득시글거리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의 탈정치적인 모습은 단연 돋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자산 위에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오늘 문 대통령이 있게 된 것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늘 정치신인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 지사는 성남시에서 오랫동안 활동가로 살아왔습니다. 민주당 대변인과 지역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낙선한 그는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죠. 두 번 성남시장이 정치경력 전부지만 시장은 정치가이기보다는 행정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사는 여전히 정치신인으로 보입니다. 탈(脫)정치 또는 반(反) 정치에 대한 국민 선호와 이 지사 캐릭터는 상당한 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지사는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정치 감각이 뛰어나고 기회포착에 탁월합니다. 윤여준 정치연구원장은 이 지사를 ‘준비된 선동가’라고 평했습니다. 이 지사는 대중영합주의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중영합주의(대중주의)는 좋지 않은 의미로 종종 사용되지만 민주주의의 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지사가 최초로 추진했던 청년 배당, 무상교복, 산후조리 지원은 초기에는 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필수 아이템이 됐습니다. 



■ 촛불민심을 꿰뚫은 첫 번째 정치인

이 지사가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입니다. 촛불집회가 막 열리기 시작할 때 다른 정치인들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의원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대통령선거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또 촛불민심이 그렇게 무섭게 분출하게 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 지사는 거침없었습니다. 그는 첫 촛불집회 부터 거의 매번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선명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 하야, 탄핵, 구속을 가장 먼저 주장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퍼졌고 주말이면 수백만 명이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맨 앞에는 언제나 이 지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눈치를 보던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의원이 합류하기 시작했죠. 이 지사는 촛불민심을 가장 먼저 꿰뚫은 정치인이었습니다.



■ 주류 속 비주류, 차기주자 중 다크호스로 떠올라 

지난 2017년 5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집권했으니 크게 보면 이 지사도 주류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아직 비주류이기도 합니다. 민주당 성골은 친노(노 전 대통령과 친함) 친 문(문 대통령과 친함)입니다. 진골은 그 외 민주당 세력이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이 지사는 성골은 물론 진골로 분류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지사는 주류이지만 비주류입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20∼40세대, 민주당 지지층, 호남, 이념성향 중 진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호남이 후보를 결정하면 진보층과 20∼40세대가 추인하는 방식으로 대선 후보가 정해졌습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노 전 대통령, 2012년 문재인 후보, 2007년 정동영 후보 등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20∼40세대 영향력이 훨씬 커졌습니다.



<이낙연-유시민-이재명 지지율 세부분석(단위: %)>

※ 오마이뉴스 정례여론조사(2∼4月)

이 지사는 민주당 차기 주자 중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이에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마다 순위가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 3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7%대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여론조사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이 지사는 20∼40세대, 민주당 지지층, 호남, 이념성향 중 진보에서 전체 지지율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이는 이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 이사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밝히면서 이 총리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월 여론조사에서 11.5%이던 이 총리는 4월에는 19.1%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총리가 대세를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큰 변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 총리는 안정감을 주지만 역동적이지 못한 이미지는 지지층 결집을 약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 총리가 호남 출신인 것도 위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칫 호남 대(對) 비(非)호남으로 대선이 치러지면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확장성에서는 세 후보 모두 비슷, 누가 시대적 요구를 받아낼 수 있는가가 관건

전체적으로 보면 확장성에서는 세 후보 모두 비슷한 한계가 있습니다. 대선은 시대가 만든다고 한다면 세 후보 중 누가 시대적요구를 받아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이 지사는 대략 네 가지 이유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불확실성을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차기 불출마 견해를 보이는 유 이사장 지지층 일부가 옮겨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임기 말 정부와 여당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거리를 두고 있는 이 지사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네째로는 내외 정세입니다. 만일 세계 경제 등이 혼란 상황을 보이고 정세가 복잡해진다면 이런 환경 아래서는 무난한 유형 보다는 난국을 타개할 투사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지사가 이런 네가지 상승 가능성을 잘 살리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지사에게도 과제는 있습니다. 초기 선동가 이미지와 포퓰리스트에게 숙명처럼 따라붙는 불안한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하는 것입니다. 불안한 이미지를 그대로 두면 확장성을 훼손하게 되고 민주당 지지층은 대선 본선 경쟁력을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파격적인 복지정책도 경제 상황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도 중요해 보입니다. 1심 무죄 판결로 발걸음이 가벼워진 지금 이지사 향후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엄경영 ■ 발행인/ 시대정신연구소장